견적서를 받으면 대부분 금액부터 봅니다.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금액은 맨 마지막에 봐야 하는 숫자입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범위가 다르면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장의 견적서를 나란히 놓고 싼 쪽을 고르는 판단은, 두 문서가 같은 일을 말하고 있을 때만 유효합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꿉니다. 범위 → 제외 → 이후 → 금액. 앞의 셋이 명확하면 금액 비교는 마지막 30초면 끝납니다.
1. 범위 — 무엇을 만드는가
범위는 산출물의 목록이어야 합니다. “홈페이지 제작” 은 범위가 아닙니다. 페이지 몇 장인지, 각 페이지에 어떤 기능이 들어가는지, 반응형은 어느 화면 폭까지 대응하는지, 문구와 이미지는 누가 준비하는지가 적혀 있어야 범위입니다.
특히 수량이 중요합니다. “상세 페이지” 라고만 적혀 있으면 세 장인지 서른 장인지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숫자가 없는 항목은 반드시 물어서 숫자를 채워 넣습니다.
2. 제외 — 무엇을 만들지 않는가
여기가 이 회차의 핵심입니다. 제외 항목이 적혀 있는 견적서는 신뢰할 수 있는 견적서입니다. 제외를 쓴다는 것은 상대가 이 일의 경계를 이미 생각해 봤다는 뜻이고, 동시에 나중에 “그건 원래 포함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라는 대화를 미리 없애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빠지는 제외 항목은 정해져 있습니다. 아래 목록을 그대로 들고 가서 하나씩 물어보면 됩니다.
이 중 유료 라이선스는 특히 자주 어긋납니다. 테마나 플러그인의 1년 갱신 비용이 누구 부담인지가 적혀 있지 않으면, 2년 차에 업데이트가 끊긴 상태로 방치되는 일이 생깁니다. 라이선스는 사업자 본인 계정으로 구매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 이야기는 다음 회차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3. 이후 — 끝난 다음에 무슨 일이 있는가
웹사이트는 납품으로 끝나는 물건이 아닙니다. 워드프레스 코어 · 테마 · 플러그인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업데이트를 따라가지 않으면 공개된 취약점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워드프레스가 불안한 도구여서가 아니라, 방치되면 어떤 소프트웨어든 그렇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견적서에는 납품 이후가 적혀 있어야 합니다. 하자 보수 기간이 며칠인지, 그 기간에 포함되는 것과 아닌 것이 무엇인지, 이후 유지보수를 맡길 경우의 조건이 무엇인지 세 가지입니다. 유지보수 계약의 항목별 내용은 6회차에서 따로 다룹니다.
금액을 비교하는 순간
세 가지가 정리되면 이제 금액을 봅니다. 이때 보는 것은 총액이 아니라 같은 범위로 환산했을 때의 금액입니다. A 견적이 더 싼데 문구 작성과 데이터 이전이 제외라면, 그 두 가지를 우리가 직접 하는 비용 또는 다른 곳에 맡기는 비용을 더해서 비교해야 공정합니다.
마지막으로 대금 지급 시점을 봅니다. 착수금과 잔금이 어떤 사건을 기준으로 나뉘는지가 중요한데, 잔금 지급 기준이 “완료 시” 라고만 적혀 있으면 완료의 정의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다음다음 회차의 주제입니다.
범위와 제외를 문서로 공개하는 것이 실제로 어떤 모양인지는 최적화 지원 사업 페이지의 가격 섹션을 예시로 보셔도 됩니다 — 포함과 불포함을 같은 비중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더 넓은 맥락의 글은 개발 워크플로우 아카이브에 있습니다.
다음 회차
견적을 고르고 계약하기 전에 반드시 정리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연재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항목 — 계정 소유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