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이트를 만들기로 하면 대부분 테마 데모부터 봅니다. 그런데 화면을 먼저 고르면, 그 화면이 미리 정해 둔 메뉴 개수와 페이지 배치에 우리 사업을 끼워 맞추게 됩니다. 순서가 반대입니다 — 무엇을 담을지 정한 뒤에 담을 그릇을 고릅니다.
구조를 정하는 데는 종이 한 장과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 30분이 이후의 모든 작업을 짧게 만듭니다. 구조가 없으면 화면을 만들다가 “이 페이지는 어디에 넣지” 에서 매번 멈추기 때문입니다.
페이지 목록을 먼저 씁니다
첫 단계는 만들 페이지의 이름을 전부 적는 것입니다. 이때 디자인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 페이지가 방문자의 어떤 질문에 답하는지는 첫 페이지 다섯 장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그 목록을 구조로 바꾸는 과정만 봅니다.
목록을 적고 나면 대개 두 종류가 섞여 있습니다. 하나는 방문자가 찾아오는 페이지(서비스 · 작업 방식 · 문의)이고, 다른 하나는 있어야 하지만 찾아오지는 않는 페이지(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입니다. 이 구분이 그대로 내비게이션 설계가 됩니다.
계층은 두 단계까지만
페이지가 열 장을 넘어가면 묶고 싶어집니다. 이때 깊이를 두 단계 안에서 끝내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세요. 홈에서 클릭 두 번이면 어느 페이지에도 닿아야 합니다.
깊어질수록 두 가지가 함께 나빠집니다. 방문자는 안쪽 페이지의 존재를 모르게 되고, 검색엔진도 안쪽으로 갈수록 링크를 덜 타고 들어옵니다. 세 단계 아래에 묻힌 서비스 상세 페이지는 만들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페이지가 됩니다.
묶을 항목이 두세 개뿐이라면 하위 메뉴를 만들지 말고 그냥 한 페이지에 섹션으로 붙이는 편이 낫습니다. 페이지를 나누는 기준은 분량이 아니라 방문자가 그 주제만 따로 찾는가입니다.
메뉴는 목록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상단 메뉴에 모든 페이지를 넣으려는 충동이 있습니다. 그러나 메뉴는 사이트 지도가 아니라 우리가 방문자에게 권하는 순서입니다. 방문자가 가장 많이 가야 하는 곳 네다섯 개만 올리고, 나머지는 푸터로 내립니다.
특히 어디에서도 링크되지 않는 페이지를 조심하세요. 만들어 두고 메뉴에 넣지 않은 페이지는 방문자도 검색엔진도 도달하지 못합니다. 주소를 아는 사람만 볼 수 있는 페이지는 사실상 없는 페이지입니다.
주소가 구조를 드러냅니다
구조를 정했다면 주소도 함께 정해집니다. /service/website-care/ 처럼 계층이 드러나는 주소는 방문자가 자기 위치를 알게 해 주고, 검색 결과에서도 무엇에 관한 페이지인지 미리 알려 줍니다.
다만 주소는 나중에 바꾸기 비쌉니다. 공유되고 색인된 주소가 전부 끊기기 때문에, 옮길 때는 옛 주소에서 새 주소로 301 리다이렉트를 함께 걸어야 합니다. 그래서 구조를 먼저 정하는 것이 결국 주소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구조와 검색 노출의 관계는 SEO 아카이브에 더 정리돼 있고, 이미 운영 중인 사이트의 구조를 점검받고 싶다면 최적화 지원 사업의 진단에 포함돼 있습니다.
다음 회차
구조가 정해졌으면 그 안에 들어갈 말을 씁니다. 다음 회차의 주제는 순서입니다 — 문구를 먼저 쓰면 사이트를 두 번 만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