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이 늦어질 때 원인을 팀의 속도에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정을 무너뜨리는 것은 대개 끝나는 조건이 정의되지 않은 범위입니다. 무엇이 되면 끝인지 아무도 적어 두지 않았으니, 일이 하나씩 붙어도 반대할 근거가 없습니다.
기획자가 개편에서 가장 먼저 만들 문서는 화면 목록이 아닙니다. 범위 문서이고, 그 문서의 첫 장에는 할 일이 아니라 하지 않을 일이 들어갑니다.
범위는 목적 한 문장에서 나옵니다
“사이트를 개편한다” 는 목적이 아닙니다. 목적은 개편이 끝났을 때 무엇이 달라져 있어야 하는지를 말하는 문장입니다. “문의까지 도달하는 경로를 짧게 만든다”, “편집자가 개발자 없이 사례를 등록할 수 있게 한다” 같은 문장이 목적입니다. 이런 문장이 있으면 이후의 모든 요청을 이 문장에 기여하는가로 판정할 수 있습니다.
목적 문장은 하나에서 세 개 사이가 적당합니다. 다섯 개를 넘기면 그것은 목적이 아니라 희망 목록이고, 희망 목록으로는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습니다. 거절할 수 없는 기준은 기준이 아닙니다.
하지 않을 것을 문서 맨 앞에 둡니다
할 일 목록은 언제나 늘어납니다. 반면 하지 않을 일 목록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 그래서 이 목록이 범위를 지키는 실제 도구가 됩니다. 문장 형태도 다릅니다. “이번 개편에서는 쇼핑 기능을 만들지 않습니다”, “다국어는 이번 범위가 아닙니다”, “기존 블로그 본문은 그대로 옮기고 다시 쓰지 않습니다” 처럼 단정형으로 적습니다.
이 목록은 프로젝트 초반에 한 번 읽고 마는 문서가 아니라, 회의마다 화면에 띄워 두는 문서입니다. 적혀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각자 다른 범위를 기억합니다.
경계에 있는 요청을 놓아 둘 칸
“이왕 하는 김에” 로 시작하는 요청은 반드시 옵니다. 이 요청을 거절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 대부분 타당한 요청이기 때문입니다. 목표는 어디에 적어 둘지를 미리 정해 두는 것입니다. 범위 문서 옆에 “다음 단계” 칸을 만들고, 이번 범위가 아닌 요청을 전부 그리로 옮깁니다.
이 칸이 있으면 대화의 성격이 바뀝니다. “안 됩니다” 가 아니라 “이번에는 넣지 않고 다음 단계에 적어 두겠습니다” 가 되고, 요청한 사람도 자기 요청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눈으로 확인합니다. 실제로 개편이 끝나면 이 칸이 다음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됩니다.
물론 범위가 늘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때는 늘리되 무엇을 함께 조정하는지를 같은 자리에 적습니다. 일정을 미루거나, 다른 항목을 빼거나, 비용을 더합니다. 셋 중 아무것도 조정하지 않고 범위만 늘리는 합의는 합의가 아니라 미뤄 둔 사고입니다.
절차를 문서로 고정하는 방법은 개발 워크플로우 아카이브에 더 정리돼 있고, 실제 작업이 어떤 단계로 나뉘는지는 작업 과정 페이지에서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다음 회차
범위를 적었다면 그것을 누가 승인하는지가 남습니다. 다음 회차는 이해관계자 정렬 —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셋인데 승인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프로젝트가 어디서 멈추는지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