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열게 되는 도구는 대체로 화면 설계 도구입니다. 홈을 그리고, 서비스 페이지를 그리고, 문의 페이지를 그립니다. 그런데 이 순서에서는 화면끼리 어떻게 이어지는가가 마지막에 결정됩니다. 이미 그려 놓은 화면들에 맞춰 메뉴를 끼워 맞추게 되고, 그 메뉴가 어색하면 화면을 다시 그리게 됩니다.
순서를 한 번만 바꾸면 이 재작업이 사라집니다. 먼저 그릴 것은 화면이 아니라 사이트맵입니다.
구조가 먼저 결정하는 세 가지
사이트 구조는 화면 안쪽의 문제가 아니라 화면 바깥의 관계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세 가지를 먼저 정해 버립니다.
첫째, 주소입니다. 어떤 페이지가 어떤 페이지 아래에 있는지가 곧 경로가 됩니다. 둘째, 내비게이션입니다. 메뉴는 구조의 요약본이지 그 자체가 구조는 아닙니다. 셋째, 검색엔진이 무엇을 하나의 주제로 인식하는가입니다. 같은 주제의 글들이 한 상위 경로에 모여 있으면 그 경로 자체가 주제의 신호가 되고, 흩어져 있으면 아무 신호도 되지 않습니다.
사이트맵 한 장에 들어가야 하는 것
기획자가 그리는 사이트맵은 페이지 이름을 나열한 트리로 끝나면 안 됩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그것만 보고 일할 수 있으려면 각 줄에 최소한 다음이 붙어 있어야 합니다.
“이 페이지가 답하는 질문” 을 한 줄로 못 쓰면 그 페이지는 아직 필요한 페이지가 아닙니다. 이 규칙 하나가 초기 사이트맵에서 절반 가까운 페이지를 걸러 냅니다 — 그리고 걸러진 페이지들은 대개 다른 페이지의 한 섹션이 되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는 순서
실무에서는 이 순서가 가장 빠릅니다. 먼저 방문자의 질문을 목록으로 적습니다. 그다음 질문들을 묶어 주제 단위를 만듭니다. 주제가 정해지면 각 주제 아래 들어갈 페이지를 배치하고, 마지막으로 그 배치를 주소로 옮깁니다.
이 단계에서 디자인을 상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페이지는 카드 세 장짜리” 같은 생각이 들어오면 구조가 레이아웃에 끌려갑니다. 지금 정할 것은 무엇이 어디에 속하는가이지,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닙니다.
구조가 검색 노출로 이어지는 원리는 SEO 아카이브에서 더 다루고, 이미 있는 사이트의 구조를 진단부터 받아 정리하고 싶다면 최적화 지원 사업에 구조 점검이 포함돼 있습니다.
다음 회차
사이트맵이 그려졌으면 그것을 주소로 옮길 차례입니다. 다음 회차는 URL 설계인데, 결론을 미리 말하면 — 주소는 꾸미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말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