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중인 사이트를 다시 디자인하는 일은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과 완전히 다릅니다. 이미 방문자가 있고, 검색 결과에 자리를 잡은 주소가 있고, 그 주소를 타고 문의가 들어옵니다. 그래서 리뉴얼의 목표는 “더 좋게 만들기” 하나가 아니라 잃지 않으면서 더 좋게 만들기 입니다.
그리고 잃지 않으려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첫 작업은 시안이 아니라 재고 조사입니다. 목록에 없는 화면은 지킬 수 없고, 지키지 못한 화면은 배포 다음 날 404 로 발견됩니다.
서로 다른 세 개의 목록
하나의 목록으로는 부족합니다. 세 목록은 각각 다른 질문에 답하고, 아래로 갈수록 범위를 좁혀 줍니다.
페이지 목록은 주소가 있는 것을 전부 적습니다. 고정 페이지와 글은 물론이고 카테고리 · 태그 아카이브, 검색 결과, 첨부 파일 페이지처럼 사람이 만들지 않은 주소도 포함됩니다. 사이트맵을 열어 보면 대부분 여기서 시작할 수 있고, 워드프레스라면 관리 화면의 목록을 그대로 내려받아도 됩니다.
페이지와 템플릿은 다른 목록입니다
이 구분이 일정과 견적을 통째로 바꿉니다. 페이지가 500장이어도 템플릿은 여덟 종일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그리는 것은 페이지가 아니라 템플릿이고, 500장은 그 여덟 종에 담기는 내용일 뿐입니다.
워드프레스에서 세어야 하는 템플릿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 홈, 글 목록, 글 상세, 고정 페이지, 카테고리 · 태그 아카이브, 검색 결과, 404, 그리고 커스텀 포스트 타입이 있다면 그 목록과 상세.
여기서 검색 결과와 404 를 빠뜨리는 일이 대단히 흔합니다. 시안에 없으니 구현에도 없고, 결국 그 두 화면만 옛 디자인으로 남아 있다가 배포 뒤에 누군가 발견합니다. 목록에 적어 두면 그냥 안 일어나는 사고입니다.
유입 상위 목록이 범위를 정합니다
세 번째 목록은 검색 도구와 방문 분석에서 가져옵니다. 진입 페이지 기준 상위 20개 정도면 충분합니다.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소수의 화면이 유입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그 화면들이 곧 가장 조심해서 다뤄야 할 화면입니다.
목록의 각 줄에는 주소만 적지 말고 다음을 함께 적습니다. 나중에 리다이렉트 맵과 배포 후 점검표가 이 표에서 그대로 나옵니다.
목록이 실제로 하는 일
재고 조사는 형식적인 절차처럼 보이지만, 리뉴얼의 나머지 전부가 여기서 파생됩니다. 템플릿 수는 일정과 견적의 근거가 되고, 유입 상위 목록은 리뷰의 우선순위가 되며, 페이지 목록은 배포 후 무엇이 사라졌는지 대조할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주소 열은 다음다음 회차에서 리다이렉트 맵의 왼쪽 칸이 됩니다.
작업을 어떤 순서로 쪼개고 무엇을 먼저 확정하는지는 개발 워크플로우 아카이브에서 더 다루고, 실제 개선 작업이 어떤 단계로 진행되는지는 작업 과정에 절차 그대로 공개돼 있습니다.
다음 회차
목록이 생겼으니 이제 범위를 정할 차례입니다. 다음 회차의 결론을 먼저 말하면 — 성과가 나는 화면은 건드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