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제로 글을 여러 편 쓰다 보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분명히 잘 쓴 글인데 순위가 오르지 않고, 그 자리에 같은 주제의 우리 다른 글이 어정쩡하게 걸려 있습니다. 며칠 뒤에 보면 둘의 자리가 바뀌어 있기도 합니다.
이것을 자기잠식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페이지 둘이 하나의 검색어를 두고 경쟁하는 상태이고, 검색엔진은 둘 중 무엇을 보여 줄지 계속 망설입니다. 그 망설임의 대가는 둘 다 제 실력만큼 못 올라가는 것입니다.
왜 생기는가 — 대개 성실함의 부작용입니다
자기잠식은 글을 안 써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꾸준히 쓰는 사이트에서 잘 생깁니다. 전형적인 경로가 셋 있습니다.
첫째, 비슷한 제목의 글을 시차를 두고 쓰는 경우입니다. 1년 전에 쓴 글을 잊고 비슷한 각도로 다시 씁니다. 둘째, 필러와 클러스터의 경계가 흐린 경우입니다. 넓게 다루기로 한 필러가 세부까지 파고들면 클러스터와 같은 말을 하게 됩니다. 셋째, 서비스 페이지와 아티클이 같은 말을 하는 경우입니다.
찾는 법 —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검색 실적 데이터입니다. 서치콘솔에서 검색어별로 어떤 주소가 노출됐는지 보면, 하나의 검색어에 우리 주소가 둘 이상 잡히는 경우가 나옵니다. 특히 둘 다 순위가 어정쩡한 검색어를 눈여겨보세요 — 하나는 1위이고 다른 하나가 40위인 상황은 대개 문제가 아닙니다.
두 번째 방법은 사이트 내 검색입니다. 검색창에 site:내도메인.com 키워드 를 넣으면 그 키워드에 대해 우리 사이트의 어떤 페이지들이 잡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도구 없이 1분이면 되는 확인이라, 새 글을 쓰기 전에 습관으로 두면 애초에 겹치는 글을 안 쓰게 됩니다.
세 가지 처방
겹치는 두 글을 찾았다면 선택지는 셋입니다. 어느 쪽인지는 두 글이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는가로 갈립니다.
통합이 가장 자주 맞는 답입니다. 얕은 글 둘보다 깊은 글 하나가 낫고, 합치는 과정에서 내용도 좋아집니다. 합칠 때는 남기는 쪽을 유입이 많은 주소로 고르고, 사라지는 주소는 반드시 301 로 이어 줍니다.
차별화는 두 글이 실제로는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을 때 씁니다. 이때 고칠 것은 본문이 아니라 제목과 도입부입니다 — 검색엔진도 독자도 그 두 곳으로 글의 주제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리다이렉트는 한쪽이 이미 낡았거나 역할을 잃었을 때입니다. 삭제만 하고 끝내면 그 주소로 오던 링크와 유입이 사라지므로, 지우기 전에 갈 곳을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고친 뒤에는 기다립니다
통합이나 리다이렉트를 한 직후에는 순위가 잠시 흔들립니다. 검색엔진이 변경을 반영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고, 이때 조급해져서 다시 되돌리면 상황이 더 나빠집니다. 변경 날짜를 기록해 두고 몇 주 뒤에 같은 검색어를 다시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주소를 바꿀 때의 리다이렉트 처리와 색인 회복에 관해서는 SEO 아카이브에 더 있고, 구조 개편을 안전하게 진행하는 절차는 작업 과정에 단계별로 공개돼 있습니다.
다음 회차
글끼리의 관계를 정리했다면 이제 그 관계를 명시적으로 표현할 차례입니다. 다음 회차는 내부 링크 — 앵커 텍스트와 링크 방향이 각각 무슨 일을 하는지 다룹니다.